붕붕-놀자(2013, 스페이스몸미술관 개인전) - 김태헌
  김태헌의 작업을 설명하기란 어렵다. 작업에 일관성이 안 보이고, 모든 작가들에게 보이는 작업 컨셉을 그의 작업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시간을 거슬러 예전 작업까지 둘러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한 작가의 작업이라고 말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붙은 민중미술 작가, 공간의 작가, 공공미술 작가, 드로잉 작가, 여행 작가, 동화 작가가 이를 입증한다. 이러니 그의 작업을 하나의 맥락으로 포획하려는 노력은 이미 그른 것 같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렇게 되기를 의도했는지 모른다. 그러니 그가 떠들어대는 수다나 가끔 써놓은 글에서 작업 의도를 엿보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그는 “한 가지에 집중해서 쌓아가며 작업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보다 계속 내 앞의 경계를 지우며 하나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며 작업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게 나와 더 잘 맞는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그의 삶엔 애초부터 절대적 가치나 진리가 부재한 듯하다. 아님 철저히 거부했거나, 처음부터 다르게 작동되게 살아야하는 존재이거나, 아니면 현실이 차려놓은 화려한 의미의 식탁에 초대받지 못했거나……. 한편, 일관성 없이 매번 길을 잃어버린 듯한 작가로서 활동해온 그가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작업을 할지 궁금하다.
  앞서 말했듯이 이것저것 막 그려대는 그의 작업은 마치 큐피드가 눈을 가리고 무책임하게 마구 화살을 쏘아대듯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서 그의 대답은 의외로 명쾌하다. “나는 어느 한 순간에 ‘작가적 목표’를 날려버렸죠. 그것이 사명이든 고집이 되었든지. 대신 그리고 싶을 때 그리는 거죠. 그러다 더 재미있는 일이 있음 그걸 하면 되고요. 세상엔 눈을 감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많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가끔은 묻지도 않았는데 아이처럼 철없이 웃으며 자신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계속 작가로 남는 그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던 게 기억난다. 분명한 건 작업의 컨셉을 거두어내자 그의 작업이 전보다 즐거워지고 선명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도 처음엔 작업 컨셉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컨셉은 그를 점유하고 부자연스럽게 만들어갔을 것이다. 이는 작가주의나 작업스타일로 관통되는데, 이곳을 향해 다가갈수록 그 실체는 점점 모호해지며 원치 않는 어떤 무엇으로까지 불리게 되기도 한다. 그에게 더 큰 문제는 작업을 하다가 다른 세상을 만나더라도 평소 보던 대로,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시간을 보낼 게 자명해서일 게다. 결국 이것을 무너뜨리는데 주저하지 않게 되었고, 이후로 컨셉은 그에겐 하나의 방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가 꿈꾸는 작가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아 보인다.

  스페이스몸 미술관 개인전은 2010년 스케이프 『천개의 강』에 이어 3년만이다. 집 밖 세상을 다니며 본 풍경을 그리면서, 그는 당시 도록 서문에 “이곳에서 저곳으로 붕붕 오가며 작업과 함께 놀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어떤 세상구경을 하며 놀았는지 궁금하다. 이번 작업엔 오래된 물건이 많이 보인다. 물건의 주인인 ‘몸’ 관장의 특별한 취향과 연결된다. 2012년 몸 미술관에서 『하로동선』으로 전시를 하던 중 미술관 창고에 가득 쌓인 가구를 만났고, 이것들을 가지고 작업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가 결국엔 전시로 이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그의 작은 작업실에 오래된 가구가 한 차 옮겨졌다. 많이도 추웠던 올겨울 내내 좋아하던 여행 붙잡아두고 물건들과 잘 놀았다. 그날그날 아침에 눈뜨면 연장을 작업실에 늘어놓고 물건들을 털고, 닦고, 해체하고, 버리고, 재조립하며 거기에 그림을 끼워 넣으며 오브제를 붙였다. 당연히 이번 작업에도 컨셉은 없지만, 작업이 진행되는 궤적을 빠른 영상으로 돌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컨셉의 부재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작업이 끝나고 붙인 전시명 『붕붕-놀자』가 이를 말해준다.  
  끝으로 그의 작업이 세상 밖으로 더 큰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길, 중심 없이 계속 분절하며 폭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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